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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여행책














Epilogue  'at home'

지난해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파주 출판단지 부근 교하로 이사를 왔다. 발코니 건너편은 제법 우거진 숲과 나지막한 언덕을 가진 공원이다. 거실에 앉으면 바깥풍경은 나무들로 가득 찬다. 늦은 아침, 발코니에 앉아 라디오를 들어며 커피를 마신다. 집 앞 교하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가거나 동네 카페로 커피를 마시러 갈 때를 제외하고는 집에서만 보낸다.
정착해 사는 즐거움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여행을 언제 얼마큼 해야 한다는 말이 의미가 없듯, 지금은 여기 사는 게 편할 뿐이다. 하루하루를 창조적으로 산다면 일상이 곧 여행이다. 내게 '책여행'은 그런 시간이었다.


'집에서 하는 여행'은 흥미진진했지만, 문제는 엉뚱한 데서 터져나왔다. 출간을 약속하고 열심히 글을 써야 할 마음이 언제부턴가 멋대로 출렁대기 시작했다. 몸은 거실 소파에서 책을 읽거나 테이블에 앉아 글을 쓰지만 마음은 느닷없이 세상의 여기저기를 떠돌았다. 매순간 책 속의 낯선 세계로 빠져들었다. 단지 책을 읽은 게 아니라 실제로 그곳에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어느 날 저녁, 나는 사막의 사구 아래 있었다. 모래 위에 담요 한장을 깔고 누워 하늘을 바라보았다. 푸르륵, 네 발을 하늘로 치켜든 낙타의 몸짓만이 적막을 깨운다. 어느새 푸른빛이 도는 어스름이 서서히 사막을 물들인다. 손가락 끝으로 모래를 찍어 허공에 흩날린다. 바람과 함께 모래알갱이들이 눈과 귀, 빰과 목덜미를 스친다. 문득 저 앞에서 인기척이 났다. 누군가 주위를 서성인다. 초라한 행색의 남자다. 그는 내가 있는 쪽으로 가만히 다가오더니 미동도 않고 나를 바라본다.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나였다. 어둠이 내리는 사막에서 무엇을 그리 찾고 있었던가.


나는 한숨을 쉬며 책을 던져버리고 , 허탈한 마음으로 노트북을 닫아버렸다. 내가 찾고 있는 것은 어떤  '끝'이었다. 여행의 끝이자 삶의 끝. 피할 수 없이 가야 할 길이라면 끝까지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정처없는 유랑에 대한 욕망이 슬금슬금 때로는 불끈불끈 치밀었다. 그때마다 책을 덮고 노트북을 닫는 일이 반복됐다.


이번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글을 쓴다는 행위조차 부질없다. <<길 위에서>>의 샐과 딘, <<인도방랑>>의 후지와라 신야처럼 길 위에 서고 싶다는 욕망에 허덕였다. 나는 그런 날것 같은 여행을 해본 적이 있던가. 질투였다. 책을 쓰고 나면 떠날 수 있을 거야. 가까스로 그 욕망을 달래고 또 달랬다. 가까스로 여행은 끝이났다.

이제 책을 마무리하면 또 다른 몽상을 꿈꾼다. 여. 행. 을. 가. 야. 겠. 다. 목적지는   <<책여행책>>의 '그곳'이다. 이번에는 좀 오래 여행을 하고 싶다. 이마저 몽상에 그칠지도 모르지만 네 권의 책을 냈으니 이제는 좀 긴 여행, 아니 유랑을 할 때가 되었다.

2011/10/11
2012/01/28 18:49 2012/01/28 18:49



Digital Nomad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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