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5-28
제가 찾은 날은 스승의 날로 주말 저녁이었습니다. 홍대에 사는 제가 이 곳까지 달려간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바로 이 놈 때문이었습니다 ^^;

저도 재작년 스페인에 갔을 때 하몽의 진가를 알게 됐습니다. 그 전만 해도 국내 레스토랑에서 먹어본 하몽들은 대부분 짜거나 돼지 특유의 냄새가 많이 나서 그저 그런 음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유명 하몽 음식점에 가보니 인식이 달라지더군요.

마드리드에 있는 'Museo Del Jamon'이란 곳이었던 것 같은데 들어가보니 돼지 다리들의 천국이더군요 ^^; 외국인들은 물론 현지인들까지 하몽과 함께 와인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에 들어온 후에 하몽에 관심이 많아졌는데 사실 국내에 괜찮은 하몽을 하는 집이 없더군요. 허영만 화백도 만날 때마다 "서울 시내 괜찮은 하몽집이 있으면 추천 좀 해달라"고 할 정도니까요.
각설하고 이 날 곤지암에서 맛본 하몽은 제가 스페인에서 만났던 감동을 뛰어넘더군요. 이유가 있었습니다. 바로 이 분 때문인 것 같습니다.

‘세베리아노 산체스(Severiano Sanchez)’라 불리는 이 분은 이른바 하몽을 전문적으로 자르는 '하몽 마에스트로'(하몽 장인)입니다. 스페인 햄 전문회사 씽코 호타스(Cinco Jotas, 5J)에서 25명의 마에스트로 하모네로(하몽 전문가)를 이끌고 있는 수석 하몽 마에스트로라고 합니다.
사실 하몽에도 마에스트로가 있다는게 좀 신기하고 저도 모르게 웃음까지 났습니다. 하지만 커팅을 하고 있는 걸 보니 예술이더군요. 부위에 따라 칼질이 다르고, 무엇보다 얇고 먹기 좋게 자르는 게....접시에 담을 때마다 절로 손이 가더군요.
실제 마에스트로들은 수백년 동안 여러 세대를 거쳐 전통적인 하몽 숙성기술을 전수한 소중한 유산의 상속자들이라고 합니다. 깔라(cala)라고 불리우는 돼지뼈로 만들어진 매우 얇은 바늘과 날이 넓은 하몽 칼로 돼지를 부위별로 섬세하게 해체하죠 -.-;




이 날은 이분의 커팅으로 맛이 더 좋았겠지만 재료도 남달랐습니다. 하몽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는데 그 중 최고로 치는 게 이베리코 하몽이라고 합니다. 1Kg당 30에서40만원을 호가하는 이베리코 하몽은 현지에서 식탁위의 황금이라고 불린다는군요. 이날 선보인 돼지 뒷다리도 150만원이 넘는다고 하니 예사 족발은 아닌 셈이죠.
물론 비싼 가격에는 그만한 정성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베리코 하몽은 스페인 하부고(Jabugo) 지역의 흑돼지로 만든다고 합니다. 제주산 흑돼지가 그냥 흰돼지보다 비싼 것처럼 하부고 흑돼지 역시 지방이 적고 쫄깃쫄깃하다 합니다.
특히 이베리안 흑돼지들은 15개월 동안 임야에 방목되어 사육되고 도축되기 3개월 전부터는 도토리와 허브만 섭취해 불포화 지방이 많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사육된 돼지의 넓적다리 살과 어깨살로 하몽을 만드는데 천일염으로 하몽을 재우고 2~3달 동안 저장실 마당에 걸어 자연 바닷바람에 건조됩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이 숙성 과정인데 이베리코 하몽의 경우 36개월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이태리 프로슈트 역시 유명한데 숙성 기간이 보통 6개월 정도라 이베리코 하몽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군요. 물론 이태리에서도 친귀알레라고 부르는 야생 멧되지나 사육 멧되지로 만드는 프로슈토가 있어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고 하니 이 부분은 좀 더 알아봐야겠습니다.
하몽을 먹는데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는데 보통 위에 사진처럼 메론에 얹어먹습니다. 그런데 이 날 물어보니 그냥 먹는게 가장 좋다고 하더군요.
하몽 하면 와인을 빼놓을 수 없겠죠. 스페인에선 ‘와인을 마시면 하몽이 당기고, 하몽을 먹으면 와인이 당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저도 이 날 위의 사진에 있는 여러 와인을 맞춰 봤는데 역시 스페인 스파클링 와인인 카바가 가장 잘 맞더군요. 사진에 가장 왼쪽에 있는 와인으로 프레시넷에서 만든 코르돈 니그로입니다.
하몽과 메론, 그리고 카바의 궁합을 이번 여름에 다시 만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글을 쓰다보니 스페인에 다시 가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지네요. 뜨거운 햇살이 인상적이었던 스페인 광장입니다.

오늘자 중앙일보에 관련된 기사를 썼습니다. 그럼 즐거운 금요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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